무심코 시작된 습관, 중독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하루 정도 SNS를 하지 않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인스타그램을 열지 않고, 잠들기 전 유튜브 쇼츠를 보지 않는 것쯤은 가볍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고 나니 그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손이 심심하고, 머릿속은 끊임없이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점점 더 SNS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면서, 이 욕망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중독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과의 연결, 즉각적인 반응, 댓글과 좋아요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 같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몇 분조차 매우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거나 대중교통을 탈 때, 심지어 친구와의 식사 자리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조차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불안했다. 그동안 내 뇌가 얼마나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자극이 줄었을 때 얼마나 금단현상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지 새삼 놀라웠다. 나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속에서 끊임없이 피로해지고 있었다. 뇌가 멈출 시간을 갖지 못했고, 감정은 빠르게 소비되고 있었으며, 남는 것은 허무함뿐이었다.
더 무서운 건, 그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내 삶에 들어와 있었다는 점이다. 누구나 사용하는 앱이고, 누구나 하는 행동이기에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내 삶의 주도권을 빼앗고 있었고, 나는 무심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횟수만큼 나 자신과 멀어지고 있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정작 내 생각을 마주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조차 흐릿해지고 있었다.
이날 하루 동안 나는 ‘멈추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운 것 같다. 정보를 멀리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 그것은 매우 어색했지만 동시에 필요했다. 내 안의 공허함과 불안이 고요하게 떠오르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회복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내 하루가 나의 의지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경험은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채 창밖을 바라보거나, 손으로 글씨를 적거나, 그냥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순간들이 오히려 더 충만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단 하루가 아닌, 일주일, 한 달, 정기적으로 SNS와 거리를 두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되었다. 완벽하게 끊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만큼만 사용하고, 기술이 아닌 내가 삶의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각과 감정을 깨우기 위해, 그리고 다시 나 자신을 느끼기 위해, 이 ‘디지털 다이어트’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작은 혁명처럼 느껴진다.
불편함 속에서 발견한 여유
하루 동안 SNS 없이 지낸다는 결심은 처음엔 막막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열었지만, 막상 열 앱이 없으니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무언가 허전하고 심심한 느낌이 들었지만, 점차 그 시간의 고요함이 나에게 편안함을 주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자 주변의 소리와 분위기에 더 민감해졌고,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 바람 소리, 햇살의 따스함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또한,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평소 같았으면 SNS를 통해 접하는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 다른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나를 비교하며 불필요한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하루 동안은 그런 비교의 연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작은 일에도 만족하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고, 오랜만에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편안함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SNS 없이 하루를 지낸다는 것은 단순히 앱을 끄는 것을 넘어, 일상의 리듬과 감각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자신을 잃는다. 그런 속도와 자극 속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어보니, 비로소 내 삶의 속도와 리듬을 스스로 느끼고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 여유는 생각보다 더 큰 울림과 지속력을 지니고 있었다.
연결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의 대화
SNS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지만, 그 연결이 때때로 나 자신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한다. 하루 동안 SNS를 하지 않으니 주변 친구들과의 실시간 소통은 줄어들었지만, 그 대신 나 자신과의 대화가 늘어났다. "지금 기분이 어떤지?", "왜 그 말에 상처받았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와 같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대신 거울을 마주하고, 뉴스피드 대신 내 내면의 흐름에 귀 기울이게 된 것이다.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나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외부의 반응에 휘둘리며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좋아요 수, 댓글, 팔로워 수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고,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신경 쓰고 있었다. 하루 동안 그런 피드백 시스템에서 벗어나자 내 감정은 훨씬 안정되었고, 외부 자극 없이도 충분히 풍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날 하루는 짧았지만 깊었다. SNS가 없는 하루는 잠시의 단절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짜 연결이 숨어 있었다. 바로 나 자신과의 연결. 앞으로도 완전히 SNS를 끊기는 어렵겠지만, 때때로 이런 '디지털 공백'의 시간을 만들며 삶의 균형을 찾는 연습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연결의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조용한 대화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