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넘기던 1시간, 의식적으로 바꾸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내가 유튜브를 소비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았다. 출근 전 씻으며 듣는 영상, 점심시간 짬을 내어 보는 먹방, 퇴근 후 소파에 누워 무의식적으로 스크롤하며 넘기는 짧은 콘텐츠들. 단순한 휴식이라 생각했지만, 그 시간을 더하면 하루에 적어도 2~3시간은 유튜브에 쓰이고 있었다. 유익한 정보도 있긴 했지만, 정작 떠오르는 건 의미 없는 웃음이나 클릭베이트 영상뿐이었다.
그래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단 1시간만이라도 유튜브 대신 책을 읽어보자. 막연히 '좋은 습관'이라 여겼던 독서를 생활 속에 실천하려면 구체적인 실험이 필요했다.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을 첫 화면에서 지우고, 책을 머리맡과 식탁 위에 두었다. 하루의 일정 중 가장 유튜브에 많이 소비하던 시간을 파악한 후, 그 시간에 맞춰 독서를 시작했다.
첫날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익숙한 영상 자극이 없으니 눈이 쉽게 피로해졌고, 집중력도 오래가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은 무거웠고, 한 문단을 읽어도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큼 내 뇌가 빠른 자극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3일이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눈이 글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문장에 감정이 실리며 몰입도가 생겼다. 유튜브가 즉각적인 정보 전달이라면, 책은 천천히 생각하게 만드는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하루 1시간,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1시간이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다르게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영상으로부터 벗어나 활자를 통해 얻는 지식과 감정은 훨씬 더 깊고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나는 그 시간만큼은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적인 상상을 펼치는 독자가 되어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가끔은 영상이 주는 자극이 그립기도 했지만, 독서가 주는 정적인 자극은 훨씬 더 여운이 깊었다. 활자를 천천히 따라가며 음미하는 과정은 일종의 사색이 되었고,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독서가 가져온 집중력의 회복
유튜브 콘텐츠는 대부분 빠른 전개, 자극적인 구성,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포맷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상을 많이 본 후에는 종종 멍한 상태가 되거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경험이 많았다. 반면 책은 조용하고 천천히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지루함'이 마음의 정리를 도와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서를 하는 1시간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한 줄 한 줄을 따라가며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고, 상상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과정은 뇌가 깊은 몰입 상태에 들어가는 경험이었다. 처음 며칠간은 10분이 지나면 집중력이 흐트러졌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집중력의 지속 시간이 늘어나자 다른 일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업무 중 산만하던 내가 보고서나 기획안을 작성할 때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대화를 나눌 때도 더 잘 듣고 반응하는 사람이 되었다.
또한, 독서는 생각을 구조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유튜브는 정보가 흘러가는 방향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반면, 책은 독자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조직하고 해석하게 만든다. 덕분에 나는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논리적인 구성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이는 일상적인 대화나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뇌가 단순한 소비 모드에서 사고 모드로 전환된 느낌이었다.
더불어 독서는 내 정서적 안정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영상이 빠르게 장면을 전환하면서 감정을 자극하는 데 비해, 글은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기 때문에 더 깊은 감정을 일으켰다. 감정이 정리되면서 생각도 명료해졌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독서는 단지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와 대화하는 방식이 되었다.
독서가 바꿔놓은 나의 하루
독서를 시작하면서 내가 몰랐던 또 다른 기쁨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책을 읽는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고,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재미도 생겼다. 유튜브는 대부분 일방적인 소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책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는 단순한 개인 활동을 넘어 사회적인 경험이 되었다.
또한 독서를 하며 생긴 인내심과 성실함은 일상의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되었다. 예전에는 조급하게 결과를 원하고 과정의 즐거움을 놓치곤 했는데, 이제는 느린 속도에도 불안해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태도가 생겼다. 처음에는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도 버거웠지만,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자 점차 집중력도 좋아졌고, 긴 글을 읽는 데에도 거부감이 사라졌다. 이런 태도는 업무와 취미, 인간관계에서도 더 깊은 만족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어떤 일을 시작하더라도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런 시각이 나를 더 안정감 있게 만들어주었다.
책을 읽는 일은 그 자체로 결과를 요구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변화를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튜브를 줄여보자’는 의도로 시작했지만,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깊었다. 이제는 하루를 시작할 때 책 한 페이지를 넘기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잠들기 전 조용히 독서를 하는 시간은 하루를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고, 기록을 남기며, 매일을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런 변화들이 단 한 번의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단 1시간의 독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펼친 그 1시간이 내 하루의 흐름을 바꾸고, 나아가 삶 전체의 방향까지도 바꾸어놓았다. 앞으로도 이 루틴을 지키며 더 많은 책을 만나고, 그 책을 통해 나 자신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내가 바뀌고 있다는 이 감각은, 어쩌면 지금까지 경험한 변화들 중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