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뉴스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뉴스 앱을 여는 것이었다. 사회면, 정치면, 국제 뉴스까지 빠르게 훑고, 각종 속보 알림과 실시간 댓글을 확인하는 것이 내 하루의 시작이었다. 직장에 출근하는 길에도 지하철에서 뉴스를 스크롤했고, 점심시간에도 자연스럽게 뉴스 사이트로 손이 갔다. 업무 중에도 뉴스 알림이 뜨면 반사적으로 클릭해 내용을 확인하고, 종종 주변 사람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은 나름대로 ‘세상 돌아가는 일을 파악하기 위한’ 습관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정보 과잉 속에 갇혀 살고 있었던 셈이다.
어느 순간부터 정신이 피곤하다는 느낌이 자주 들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전해지는 사건, 사고, 범죄, 정치적 갈등, 국제적 위기 등은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내 머릿속에 입력되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내 감정의 톤을 낮췄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전혀 나와 관련 없는 사건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며 감정 소모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경제 뉴스나 기후 관련 소식은 나도 모르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원인이 되었다.
뉴스를 반복해서 접하다 보니, 점점 더 자극적인 기사에만 눈길이 갔다.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폭력적 사건, 사회적 분열, 정치적 갈등 등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세상 전체가 위험하고 혼란스럽게만 느껴졌다. 이런 감정은 현실에서의 불안감으로 이어졌고,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감정의 피로는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쳐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 업무 집중도도 낮아졌다.
그래서 나는 뉴스와 거리를 두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7일간 뉴스 관련 앱을 모두 삭제하고, 알림을 끄고, SNS에서도 뉴스 계정을 숨겼다. 처음엔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지만, 동시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가 알지 못하면 큰일이 벌어질까?’라는 반문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뉴스 금식 실험은 시작되었다. 처음 1~2일은 허전했지만, 의외로 내 일상은 아무 변화 없이 흘러갔고,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뉴스 없는 일주일, 생각보다 괜찮았다
뉴스를 끊은 첫 며칠은 마치 금단 현상과 같았다.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 나를 지배했다. 친구들이 하는 대화 속 이슈를 모른다는 사실이 민망하게 느껴졌고,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습관적으로 뉴스 앱을 찾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불안은 점차 약해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은 평온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눈앞의 현실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고, 뉴스 대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에 관심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의 아침 루틴이 달라졌다. 뉴스 확인 대신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음악 감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아침의 기분이 확연히 좋아졌다. 하루 전체의 감정 흐름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퇴근 후에도 뉴스를 보며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상황에 휘둘리지 않으니 심리적 여유가 생겼고, 저녁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전보다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었고, 수면의 질도 향상되었다.
또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던 분노, 공포, 절망 같은 감정에서 벗어나니 일상의 작은 기쁨과 고마움에 더 민감해졌다. 하늘이 맑은 날은 그저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 자체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뉴스 없이 보낸 일주일 동안, 나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 삶은 여전히 내가 만드는 것임을 실감했다.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아야만 안심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더 주체적이고 건강한 감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은 단순한 뉴스 배제가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경험이기도 했다. 그동안 나는 세상의 흐름을 좇느라 내 삶의 흐름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뉴스를 멀리하니 스스로 생각할 여유가 생겼고, 내 감정에 더 민감해졌으며, 주변의 사소한 행복에도 더 진심으로 반응할 수 있었다. 때때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뒤처진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 전체적인 삶의 질에서는 오히려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정보의 균형, 선택적 소비의 중요성
뉴스를 끊어본 일주일은 단순히 정보를 차단한 시간이 아니라, 정보와 감정의 관계를 돌아보는 기회였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그것이 내 감정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정서,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뉴스가 완전히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뉴스가 문제였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실험이 끝난 후, 나는 다시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하루에 딱 한 번, 원하는 시간에, 믿을 수 있는 출처의 뉴스만 골라서 본다. 실시간 속보 알림은 모두 꺼두었고, 제목만 보고 클릭하는 자극적인 기사에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필요 이상의 정보는 나의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게 만든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보의 균형이다. 뉴스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나의 감정과 삶을 잠식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한다. 무엇을 먹을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지. 그중에서도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것인가는 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 중 하나다. 뉴스와 나 사이의 건강한 거리, 선택적 소비의 습관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생활 방식이다.
이 실험은 나에게 정보를 끊는 것이 곧 고립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뉴스 없이 보낸 일주일은 단순한 실험이 아닌, 감정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성찰의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때때로 이런 '정보 단식'의 시간을 가지며 내 삶을 정돈해 나가고 싶다. 이제는 내가 뉴스를 선택하는 것이지, 뉴스가 나를 이끄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 작은 변화가 쌓여 내 일상과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실험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